램리서치 "PSK 베벨 에처 폐기하라"…서울 법원, 다음 달 선고

5년째 이어진 특허 공방이 9월 17일 서울에서 변론을 마쳤다. 손해배상 청구액은 6억원. 다른 청구 하나는 램리서치의 웨이퍼 에지 가공 독점을 깬 베벨 에처의 폐기다. SK하이닉스가 국내 제2 공급처로 삼아 사들이는 바로 그 장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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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cent JiangVincent Jiang · 3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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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룸에서 작업자가 반도체 공정 장비 옆에서 실리콘 웨이퍼를 들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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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자가 반도체 클린룸을 지나 웨이퍼를 옮기고 있다. 이번 서울 재판의 쟁점은 웨이퍼 에지를 에칭하는 장비다.

매출 9분이냐, 제품 라인이냐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17일 6차 변론기일에서 램리서치가 국내 장비업체 PSK를 상대로 제기한 2021년 특허소송의 변론을 종결하고 오는 10월에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1. 램리서치는 PSK의 베벨 에처 'PRECIA'가 한국 특허 1249247호를 침해했다고 주장한다. 청구는 두 가지다. 6억원의 손해배상과 PSK 장비의 폐기다 1. 이 돈은 1달러당 1,371원 안팎의 환율로 환산하면 약 43만8000달러다 2. 램리서치는 지난 6월 28일 끝난 분기에 매출 67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3. 배상 청구액을 자사 매출로 환산하면 약 9분치다.

램리서치가 PSK에 청구한 배상액, 자사 매출로는 '9분치'

$0M$10,000M$20,000M$30,000M$40,000MSK하이닉스 팹 2곳 투자액$38,100M램리서치 6월 분기 매출$6,722M램리서치 청구 배상액$0.44M램리서치 매출의 약 9분치
Data
Value
SK하이닉스 팹 2곳 투자액$38,100M
램리서치 6월 분기 매출$6,722M
램리서치 청구 배상액$0.44M
확정된 팹 투자액, 분기 매출, 법정 배상 청구액(단위: 100만달러). SK하이닉스와 램리서치 수치는 출처가 보고한 달러 금액이며, 배상 청구액은 1달러당 약 1,371원 기준으로 환산했다.4,3,2,1

HBM 호황 속, 공급자는 하나냐 둘이냐

베벨 에처(bevel etcher)는 웨이퍼 에지에 쌓이는 불안정한 금속·비금속 박막을 제거하는 장비다. 이 막을 그대로 두면 생산 중인 칩이 심각하게 손상된다고 특허 명세서 스스로 적고 있다 17. PSK는 이 장비를 국산화해 SK하이닉스에 공급하고 있다. PSK가 등장하기 전 이 시장은 램리서치가 혼자 쥐고 있었다고, 이 재판을 취재하는 유일한 언론인 더일렉(The Elec)이 전했다 1.

챔버(chamber) 부품을 둘러싼 다툼이 AI 반도체 시장까지 번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SK하이닉스는 HBM과 D램 생산을 위한 국내 신규 팹 2곳에 약 54조원(약 381억달러)을 투자하기로 했다 4. 글로벌 HBM 매출의 58%를 차지하고 있으며 5, CEO는 메모리 공급난이 2030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5. 폐기 청구가 받아들여지면 한국 메모리 강자들은 웨이퍼 에지 가공 장비의 유일한 국내 제조사를 잃게 된다.

램리서치 분기 매출, 3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어 67억2000만달러

$3B$4B$5B$6B$7B23년 4Q24년 2Q24년 4Q25년 2Q25년 4Q26년 2Q손해배상 청구 금액의 산정 기준이 되는 분기
Data
매출
23년 3Q$3.48B
23년 4Q$3.76B
24년 1Q$3.79B
24년 2Q$3.87B
24년 3Q$4.17B
24년 4Q$4.38B
25년 1Q$4.72B
25년 2Q$5.17B
25년 3Q$5.32B
25년 4Q$5.35B
26년 1Q$5.84B
26년 2Q$6.72B
램리서치의 분기별 매출(단위: 10억달러), 달력 기준 분기로 표기했다. 자료: 샤라다(Sharadar) 분기 재무 자료, 램리서치의 SEC 제출 공시 기반, 2026년 9월 24일 조회.3

링이냐 패널이냐, 도면 한 장의 공방

판결의 향방은 소모성 챔버 부품 하나에 달려 있다. 램리서치 특허는 중앙이 뚫린 링 모양의 가스 디퓨저(gas diffuser)를 권리 범위로 하고 있다. PSK는 자사 부품은 중앙이 막힌 패널이라고 맞서고 있다 1.

이날 심리에서 PSK는 모든 치수의 소수점 첫째 자리를 가린 도면을 제출했다. 램리서치 측은 도면에서 GDP가 아닌 GDR로 표기된 부분이 네 군데라고 짚으며 '단순 오타'라는 해명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맞쐈다. PSK의 재반박은 이렇다. 자사 부품 시스템을 검색하면 GDP 항목이 무더기로 나오고 GDR은 단 한 건도 없다는 것이다 1. 같은 사건 기록에는 삼성전자도 들어 있다. 가려진 수치는 삼성전자가 요청한 공정 에지 스트립(process edge strip) 사양이고, 각 패널의 반지름은 여기에 맞게 줄어든 값이라는 게 PSK 측 설명이다 1.

소송 12건, 전략은 하나

이번 소송은 램리서치가 벌인 공세의 한 전선에 불과하다. 램리서치는 2020년 이후 국내 공급업체를 상대로 특허 소송 12건을 냈다. 조선일보가 보도한 국회 의원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의 국내 특허 등록 건수도 2020년 68건에서 2025년 344건으로 급등했다 6. PSK와의 다툼과 연결된 특허 두 건은 이미 특허심판원에서 무효 심결을 받았다. 램리서치는 유효성과 침해 여부는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6. 업계의 시각은 더 직설적이다. 핵심이 수년간의 시간 끌기라면 판결은 옵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6.

수명이 몇 주밖에 안 남은 특허

정작 특허 자체는 갈 길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 특허는 2006년 12월 한국의 한 엔지니어링 업체가 출원해 2013년 등록된 것으로, 램리서치가 독점적 권리를 갖고 행사하고 있다 17. 특허등록원부에는 소송에 뒤이어 2022년 1월 제기된 무효심판 청구도 기록돼 있다 7. 특허는 여전히 유효하며 만료일은 2026년 12월 21일이다 7. 10월 판결이 나올 때쯤이면 다툼의 대상인 바로 그 권리가 강제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은 몇 주밖에 남지 않는다.

10월 판결이 정할 것

재판부는 램리서치가 낸 PSK 세무자료 제출 요구를 거절하고, 기록을 검토한 뒤 변론을 재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1. 2025년 연간 매출 4572억원(약 3억3400만달러)을 올린 PSK는 2030년까지 매출 10억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82.

10월 판결이 정하는 것은 돈보다 단순한 문제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웨이퍼 에지 가공의 국내 제2 공급처를 계속 확보하느냐, 아니면 원고인 램리서치 한 곳에서만 사들이느냐다.

6억원은 잡음에 불과하다. 장비 폐기 요구가 진짜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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