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자체 '무어의 법칙' 선언…계산서는 AI 바이어 몫

삼성전기는 5월 이후 약 3.3조원어치 콘덴서 장기계약을 확정했고, 추가 7000억원가량은 최종 협상 단계다. 회사가 스스로 선언한 'MLCC 법칙'의 내용은 GPU 1개당 필요한 정전용량이 매년 두 배로 늘어난다는 것. 이것이 현실이 되면 계산서는 메가와트급 랙을 만들어야 하는 쪽에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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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cent JiangVincent Jiang · 3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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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인쇄회로기판에 납땜된 표면실장형 세라믹 칩 콘덴서와 저항의 클로즈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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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한가운데에 있는 쌀알만 한 부품들. 회로기판에 실장된 세라믹 콘덴서다. AI 서버는 일반 서버보다 10배 이상 많은 MLCC(적층세라믹콘덴서)를 탑재하며, 가격은 모바일 제품용의 최소 3배다.

공급사가 스스로 내세운 '법칙'

지난달 타이베이에서 열린 OCP(오픈컴퓨트프로젝트) APAC 서밋에서 삼성전기는 'MLCC 법칙'을 제안했다. GPU 1개당 필요한 정전용량이 매년 두 배로 늘어난다는 주장이다1. 무어에게는 트랜지스터가 있었다. 젠슨 황은 시스템 전체를 상대로 '하이퍼 무어의 법칙'을 내세운다. 이제 쌀알만 한 부품을 만드는 회사가 전력을 상대로 그 법칙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1. 공급사 측의 수요 전망일 뿐이지만, 구매자들이 계약으로 이를 보증해 주고 있다.

4개월 만에 4조원

삼성전기는 5월 이후 실리콘 콘덴서와 AI 서버용 MLCC 장기계약 약 3조3200억원어치를 공시했다. 거래 상대는 10곳 넘는 글로벌 고객사다23.

핵심 계약은 2026년 9월 1일 공시된 것으로,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단일 고객과 맺은 1조720억원(약 7억8000만달러) 규모다. 2027년 한 해 전체를 포괄하는 이 계약은 사상 최대 MLCC 계약이자, 연매출의 9.5%에 이르는 금액이다234. 업계에서는 고객이 세계 굴지의 AI 반도체 기업 가운데 한 곳일 것으로 보고 있다3.

이 계약 전까지 공시된 장기계약 누적액은 약 2조2500억원이었다. 역대 최대 규모 계약이 더해지면서 공시 총액은 같은 날 보도된 3조3200억원에 다다랐다35. 여기에 글로벌 전력·부품 기업과 최종 협상 중인 7000억원가량이 더해지면 4개월간 계약 총액은 4조원을 넘어선다67. 국내 증권업계는 올해 삼성전기 컴포넌트 부문의 영업이익이 두 배로 늘어 최대 1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6.

4개월간 AI 계약으로 쌓인 4조원대 콘덴서 장기계약

  • Estimate
0 trillion won0.5 trillion won1 trillion won1.5 trillion won2 trillion won2.5 trillion won5~8월 체결분2.25 trillion won사상 최대 계약(2027년)1.07 trillion won최종 협상 중0.7 trillion won미체결
Data
Value
5~8월 체결분2.25 trillion won
사상 최대 계약(2027년)1.07 trillion won
최종 협상 중 (estimate)0.7 trillion won
2026년 5월 이후 삼성전기가 공시한 장기 공급계약(단위: 조원). 앞의 두 막대는 확정 수치다. 9월 이전 누적 약 2조2500억원에 1조720억원 규모의 사상 최대 계약을 더하면 9월 1일 보도된 총액 3조3200억원과 일치한다. 9월 20일자 한 보도의 '2조5000억원에 근접'이라는 제목은 AI 서버용 MLCC 계약만 집계한 것으로, 실리콘 콘덴서 계약까지 포함한 총액보다 좁은 기준이다. 세 번째 막대는 최종 협상 중이며 아직 체결되지 않았다. 자료: 코리아타임스·헤럴드비즈니스·조선일보(2026년 9월 1일), 조선일보·아주경제(2026년 9월 20일).2,3,5,6,7

3배 가격에도 계약에 나서는 이유

AI 서버는 일반 서버보다 10배 이상의 MLCC를 탑재하는 데다, 가격도 모바일용의 최소 3배에 이른다67. 트렌드포스는 차세대 AI 서버 보드에 탑재되는 고용량 MLCC가 1440개에서 1만544개로 급증하고, 엔비디아의 차세대 플랫폼 '베라 루빈' 보드에 쓰이는 특정 MLCC는 보드당 320개에서 500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7.

차세대 AI 보드, 콘덴서 수 배 더 탑재 전망(트렌드포스)

  • 현행 세대
  • 차세대
05,00010,00015,000AI 서버 보드당 고용량 MLCC1,44010,544+632%베라 루빈 보드당 특정 MLCC320500+56%
Data
현행 세대차세대Change
AI 서버 보드당 고용량 MLCC1,44010,544+632.2%
베라 루빈 보드당 특정 MLCC320500+56.3%
보드당 MLCC 탑재 개수(현행 대 차세대). 두 집계는 기준이 서로 달라 비교할 수 없다. 첫째는 차세대 AI 서버 보드에 탑재되는 특정 고용량 MLCC 개수로 632% 증가분이고, 둘째는 엔비디아 차세대 플랫폼 '베라 루빈' 보드당 특정 MLCC 개수다. 2026년 9월 20일 아주경제 보도로 전해진 트렌드포스 전망이며, 단일 출처로 트렌드포스 자체 공개물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7

랙당 전력은 현재 100~120kW에서 전망치인 1MW로 치솟는 추세다1. 생산능력은 사실상 완판 상태다. 가동률은 90%대 후반에 육박했고6, 고용량 제품의 납기는 8월 기준 약 21주로 연초보다 5주 길어졌다8. 주문액을 출하액으로 나눈 B/B비율(book-to-bill)은 6월 1.31로 코로나19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9. 트렌드포스는 AI 서버용 X6S 제품 가격이 4분기에 10~20% 더 오를 것으로 내다본다. 다만 이는 삼성전기가 공식 확인하지 않은 추정치다8.

공급자는 두 곳뿐…값을 치르는 건 구매자

이 비용은 결국 하류로 전가된다. 랙 제조사와 장비 OEM은 3배 수준의 가격과 21주의 납기를 떠안아야 한다. 소비자용 부품 가격도 25~30% 오를 것이란 전망이 겹친다. 고온·고전압 환경에서 하루 24시간 견디는 부품을 만들 수 있는 제조사가 손에 꼽기 때문이다578. 그중에서도 AI 수요를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곳은 삼성전기와 무라타가 사실상 유일하다5.

삼성전기 MLCC 2만개와 부품번호 CL21A226MAQNNNE가 적힌 박스 라벨
2015년 출하 당시 라벨. 삼성전기 MLCC(부품번호 CL21A226MAQNNNE) 2만개 분량이 표기돼 있다. 이런 부품이 지금 AI 서버에서는 모바일용 대비 3배 수준의 값을 받고 있다. · Solomon203 / Wikimedia Commons

무어의 법칙 옷을 빌려 입은 '수요 전망'

'MLCC 법칙'은 물리법칙이 아니라 공급자의 주장이다. 삼성전기는 AI 서버용 MLCC 시장을 일본 무라타와 양분하고 있으며 자사 점유율이 40%를 넘는다고 밝혔다35. 무라타는 수익성 높은 품목에 생산능력을 집중하려고 9개 시리즈에 걸쳐 부품 번호를 단종하고 2028년 3월까지 최종 주문을 받는다. 업계에 따르면 이 단종 조치가 삼성전기에 직접적인 주문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무라타가 끊는 제품군이 삼성전기가 노리는 것과 다르기 때문이다9.

골드만삭스는 AI 서버용 MLCC 시장 규모가 2025년 14억 달러에서 2030년 58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추산한다25. 성장은 분명하다. 그러나 GPU 예산에 견주면 반올림 오차 수준이다. 보드 설계자들이 이 제약을 우회하기만 하면 'MLCC 법칙'은 소리 없이 무너진다.

승부처는 부산

'MLCC 법칙'의 뒤에는 판돈이 숨어 있다. 2040년까지 부산에 세우는 생산·연구개발(R&D) 거점에 투입되는 약 15조 원이다. 임베디드 MLCC와 저ESL 세라믹은 내년으로 예정돼 있다17. 법칙의 진위를 가늠할 신호는 두 가지다. 7000억 원 규모 계약이 타결되는지, 베라 루빈 보드가 21주 납기로 출하되는지다. AI 호황은 지난 2년간 칩 제조사들에 값을 치렀다. 이제 그 통행료는 쌀알보다 작은 부품으로 넘어왔다.

Deepdive

AI-generated from this story and its cited sources. Not investment adv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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