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2027 회계연도 가이던스 보류…"업계 PC 출하량 또 줄 것" 전제

HP가 2027 회계연도 가이던스를 내놓지 않았다. 대신 공시한 것은 2027년 업계 PC 출하량이 한 자릿수 중반 감소한다는 기획 전제(planning assumption)다. 이면에는 메모리가 있다. DRAM은 AI 수요처에 먼저 배정되고, 이제 청구서는 PC 앞으로 날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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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cent JiangVincent Jiang · 4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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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 임시 최고경영자(CEO) 브루스 브루사드의 스튜디오 초상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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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 임시 최고경영자(CEO) 브루스 브루사드. HP는 정식 CEO 선임 여부와 관계없이 2027 회계연도 가이던스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SEC 공시에 남긴 '줄어드는 PC 시장'

HP는 PC 업계의 내년을 공식 기록에 올려놓고서도 정작 자사 전망치는 덧붙이지 않았다. 지난 21일 제출된 8-K 공시에 따르면 HP는 "2027 회계연도에 대한 재무 가이던스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제3자 전망치에서 뽑아 온 잠정 기획 전제는 2027년(력년) 업계 전체 PC 출하량이 대략 한 자릿수 중반 감소한다는 것이다 1. 어디까지나 기획 전제일 뿐, HP가 나서서 지키겠다고 약속한 가이던스가 아니다.

그래도 시장은 이를 뉴스로 읽어냈다. AI PC 낙관론에 힘입어 52주 신고가 34.94달러를 찍은 지 열흘 만인 이날 23, HPQ는 3.88% 하락하며 S&P500 지수 내 최대 낙폭 종목이 됐다 4.

줄어든 물량, 늘어난 매출, 나빠진 마진

공시를 끌어낸 분기 실적이 HP의 주저를 설명한다. 퍼스널시스템(Personal Systems)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 늘어 118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전체 출하량은 16% 줄었다. 개인용은 19%, 기업용은 14% 각각 감소했다 5. 매출은 기업용이 22% 늘고 개인용은 10% 늘었다. 프리미엄 쪽으로 기운 재편이 한 줄의 숫자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5.

베스트바이 매장에 359.99달러 가격표를 달고 전시된 보급형 HP 노트북
HP가 말하는 '빠져나가는 저가 시장'. 매장 진열대에 놓인 보급형 HP 노트북. 2026 회계연도 3분기 개인용 PC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다. · Rowanswiki (CC0)

이익은 뒤따라오지 않았다. 부문 영업이익률은 4.6%로, 1년 전의 5.4%, HP가 목표로 하는 5~7% 구간을 모두 밑돌았다 56.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0.83달러로 가이던스를 웃돌았지만 이 가운데 0.11달러는 관세 환급분이었다 5.

HP의 PC 분기 실적: 매출 항목은 모두 오르고 물량 항목은 모두 줄었다

-20%-10%0%10%20%30%기업용 PC 매출22%퍼스널시스템 매출18%개인용 PC 매출10%기업용 PC 출하량-14%퍼스널시스템 출하량-16%개인용 PC 출하량-19%
Data
Value
기업용 PC 매출22%
퍼스널시스템 매출18%
개인용 PC 매출10%
기업용 PC 출하량-14%
퍼스널시스템 출하량-16%
개인용 PC 출하량-19%
HP 2026 회계연도 3분기(2026년 7월 종료) 퍼스널시스템 부문의 전년 동기 대비 변동률(%). 자료: HP 2026 회계연도 3분기 실적 발표.5

메모리 물량 배분은 이미 끝났다…PC는 첫 순서가 아니다

출하량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가격 흐름을 보면 값에 밀려나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일반형 DRAM 계약가격은 1분기에 93~98% 올랐고, 트렌드포스는 이번 분기에 추가로 13~18% 오를 것으로 내다본다. 상승 폭이 완만해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 회사가 'PC와 스마트폰 고객이 추가 가격 인상을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710. 시장조사업체 콘텍스트(Context)는 유럽 노트북 출하량이 이번 분기에 6.4%, 4분기에는 20%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10.

어두운 배경에 놓인 삼성전자 DRAM 칩을 장착한 DDR4 메모리 모듈
삼성전자 DRAM 칩으로 구성된 DDR4 모듈. 일반형 메모리 계약가격은 1분기에 93~98% 상승했고, 트렌드포스는 이번 분기에 추가로 13~18%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 PantheraLeo1359531 (CC BY 4.0)

2027년 메모리 물량은 이미 거의 다 팔렸다

물량 배분을 보면 사정의 반대편이 드러난다. SK하이닉스 CEO는 2027년을 '공급 측면에서 업계 역사상 최악의 해'라고 규정했다7. 디지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SK하이닉스는 2027년에 생산될 DRAM과 HBM(고대역폭 메모리) 물량의 거의 전부를 협상해 고객사에는 요청 물량의 약 60~70%만 공급하기로 했다. 에이데이터 회장은 HBM과 AI 서버가 내년(2027년) 글로벌 DRAM 생산량의 70% 가까이를 흡수할 것으로 내다봤다8. 삼성전자 자체의 사전 예약 물량은 2027년 수급 격차가 2026년보다 커질 것임을 시사한다9.

HP가 내놓은 대책 자체가 메모리 압박을 인정한다

HP 캐런 파크힐 최고재무책임자(CFO)의 해법 목록이 문제를 그대로 묘사한다. 장기 기업용 계약의 가격을 다시 매기고, 제품을 '메모리를 덜 쓰도록' 재설계하며, 2027 회계연도에도 계속 오르는 원가 부담(오르는 속도만 다소 늦춰질 뿐)을 감당해 내는 것이다6. HP 사업의 약 70%는 기업용이며, 그 상당 부분은 하루아침에 가격을 다시 매길 수 없는 계약으로 묶여 있다6. 애플은 최근 매출총이익률 하락을 이미 모두 메모리 탓으로 돌린 바 있다9.

HP 매출총이익률, 2024년 고점에서 5%포인트 가까이 하락

18%20%22%24%FY24 1분기FY24 3분기FY25 1분기FY25 3분기FY26 1분기FY26 3분기18.8%메모리 원가 압박, 손익계산서 직격
Data
매출총이익률
FY23 4분기21.6%
FY24 1분기21.9%
FY24 2분기23.6%
FY24 3분기21.5%
FY24 4분기21.4%
FY25 1분기21%
FY25 2분기20.7%
FY25 3분기20.5%
FY25 4분기20.2%
FY26 1분기19.6%
FY26 2분기20.9%
FY26 3분기18.8%
HP 회계 분기별 GAAP 매출총이익률(순매출 대비 %, 회계연도는 10월 마감). 출처: HP SEC 공시, 샤라다르(Sharadar) 집계, 2026년 9월 23일 조회.12

강세론은 AI PC 호황을 주가에 반영했고, 모건스탠리는 청구서를 계산했다

9월까지 시세 주도권은 강세론자들 손에 있었다. HPQ가 연초 대비 58% 상승하며 34.94달러의 52주 신고가를 경신하자 RBC는 투자의견 '섹터 퍼포먼(Sector Perform)'과 목표주가 33달러로 커버리지를 개시했다23. HP도 2026 회계연도 주당순이익(EPS) 가이던스를 3.19~3.29달러로 상향했다. 관세 환급 0.19달러가 포함된 수치다5. 베팅의 바탕은 AI PC 교체 수요였지만 정작 메모리는 다른 곳으로 흘러갔다.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은 프리미엄 AI 메모리의 2026년 물량 대부분을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에 사실상 팔아 치웠다9.

모건스탠리가 내놓은 답은 달랐다. 이 회사는 그 고점에 맞서 HPQ를 엔터프라이즈 부문 1순위 언더웨이트(Underweight), 목표주가 19달러로 지목하고 나섰다. 주가가 '수년 만의 밸류에이션 고점'을 기록하고 있지만 출하량과 마진 압박은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11. 이 회사의 에릭 우드링 애널리스트는 2027 회계연도에 PC 출하량이 10% 넘게 줄고 프린팅 부문 압박까지 겹치면 AI PC 효과를 상쇄하고도 남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11.

모건스탠리의 목표주가 19달러는 강세론이 매수한 고점보다 45% 낮다

  • HPQ 주가
  • Estimate
$0$10$20$30$4052주 신고가RBC 목표주가모건스탠리 목표주가$34.94
Data
HPQ 주가
52주 신고가$34.94
RBC 목표주가 (estimate)$33
모건스탠리 목표주가 (estimate)$19
HPQ 주가와 애널리스트 목표주가(달러, 2026년 9월). 9월 10일 기록한 52주 신고가 34.94달러와 RBC의 섹터 퍼포먼 커버리지 개시 목표주가 33달러, 모건스탠리의 엔터프라이즈 부문 1순위 언더웨이트 목표주가 19달러. 목표주가는 애널리스트 전망치다. 출처: 야후파이낸스(StockStory, StockTwits, MarketBeat).2,3,11

미뤄진 수요, 그리고 심판의 날

저가 시장을 잃은 것은 수요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미뤄진 것이라는 게 파크힐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진단이다 6. HP의 이번 분기는 메모리 부족을 돈 내는 쪽에서 본 풍경이다. 기기는 16% 줄었는데 매출은 18% 늘었고, 마진은 어느 쪽에서 봐도 줄었다. 심판의 날은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이다. HP는 정식 CEO 선임 여부와 관계없이 이 자리에서 2027 회계연도 가이던스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브루스 브루사드는 여전히 임시 최고경영자(CEO) 신분이다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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