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랙 하나에 콘덴서 60만개…삼성전기, 휴대폰 수주물량은 가격으로 줄 세운다
엔비디아의 베라 루빈(Vera Rubin) 랙 한 대에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약 60만개가 들어간다. 가격이 오르는 와중에도 바이어들은 수년치 공급을 계약으로 묶고 있다. 삼성전기는 5월 이후 AI 계약을 3조3200억원어치 쌓아 올렸다. 그사이 휴대폰 쪽 실적 전망은 깎여 나갔다.
Vincent Jiang · 3 min read
엔비디아의 베라 루빈 랙 한 대에는 교체 대상인 GB200·GB300 랙보다 약 3분의 1 많은 MLCC 약 60만개가 들어간다 1. AMD의 MI450 검증을 거치면서 보드 하나에 쓰이는 고정전용 부품 수는 1440개에서 1만544개로 632% 늘었다 2. AI 서버 한 대에는 일반 서버의 10배가 넘는 MLCC가 들어가고, 고정전용 제품값은 모바일용 콘덴서의 최소 3배다 34.

챙겨 가는 쪽은 삼성전기다. 삼성전기는 9월 1일 1조722억원(약 7억8000만달러) 규모로 2027년 한 해 물량 전체를 담은, 사상 최대 MLCC 공급계약을 맺었다 4. 5월 이후 누적 계약액은 9월 1일 2조2500억원에서 같은 달 20일 3조3200억원으로 불었다. 약 7000억원 규모의 추가 계약 협상이 막바지에 들어가, 성사되면 누적액은 4조원을 넘어선다 3.
3주 새 48% 불어난 삼성전기 AI 계약…4조원까지 '한 건' 남았다
- 5월 이후 AI 장기계약 누적액
- Estimate
Data
| 5월 이후 AI 장기계약 누적액 | |
|---|---|
| 9월 1일 | ₩2.25T |
| 9월 20일 | ₩3.32T |
| 다음 계약 체결 시 (estimate) | ₩4T |
한쪽은 가격도 전망도 오른다
삼성전기 MLCC 라인의 가동률은 90%대 후반으로 사실상 풀가동이다 3. 회사는 8월 MLCC 가격을 30%가량 인상했다 5. 트렌드포스(TrendForce)가 더 날카로운 카드를 짚어냈다. 소비자용 제품 가격을 25~30% 올린 것은 주문을 줄여 고부가 라인에 설비를 돌리기 위한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밝혔다는 보도다 6. 2분기 영업이익이 106.7% 늘어난 4404억원 5을 기록했고, 3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28.12% 상향된 6020억원 1이다. 6월 말 B/B비(북투빌 비율)는 1.31로 팬데믹 이후 최고치다 7.
다른 한쪽은 전망이 깎인다
아이폰 듀오 출시 직후인 9월 27일, 원/달러 환율이 두 달 새 200원 가까이 내리면서 삼성전기·LG디스플레이·LG이노텍의 실적 전망이 하향조정됐다 8. 같은 압박 앞에서 무라타는 아예 걸어 나왔다. 범용과 차량용 등 9개 제품 시리즈에서 일부 품번의 공급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6. 삼성전기는 정반대로 간다. 양쪽 수주처를 모두 붙잡되 휴대폰 쪽은 가격으로 배급한다. 휴대폰 수주처를 잃은 게 아니다. 가격에 밀려 줄에서 물러나 AI 랙이 먼저 끼어들게 하는 것이다.
선전에서는 이미 갈라짐이 작동하고 있다. 현지 소비자용 콘덴서 스팟 가격은 고점 대비 3분의 2 빠졌고, 고정전용 AI 서버 부품은 1년 새 최대 5배 올랐다 6.
베팅은 '둘 다 잡는다'
골드만삭스는 AI 서버용 MLCC 시장 규모를 2025년 14억 달러에서 2030년 58억 달러로 본다 4. 업계에서는 사실상 삼성전기와 무라타만 이 시장을 감당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9. 삼성전기는 그 도전을 위해 내년 설비투자를 6조원으로 두 배 늘린다. 생산라인도 휴대폰이 아닌 AI 서버·차량용 부품 중심으로 재편한다 5. 무라타는 지킬 수주처를 골랐다. 삼성전기는 돈을 들여서라도 둘 다 지킨다.
한국 증시는 추석 연휴를 마치고 거래를 재개하지만 이번 주의 움직임은 주가에 거의 반영돼 있지 않다 10. 다음 확인 지점은 두 가지다. 누적액을 4조원 위로 밀어 올릴 7000억원 규모 계약 체결 3, 그리고 6020억원으로 상향된 컨센서스와 견줄 3분기 실적이다 1.
Deepd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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